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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양 의문사 후, 6년 만에 수녀회 책임자 만나 “마음을 담아 사과만 했어도 여기까지 안 왔습니다” 문미정 2018-05-03 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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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사랑의씨튼수녀회 광주본원 앞에서 `사랑의씨튼수녀회의 회개와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문미정


충주성심맹아원 김주희 양 의문사 사건과 관련해 맹아원 운영주체인 사랑의씨튼수녀회의 회개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일 사랑의씨튼수녀회 광주 본원 앞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수녀회의 책임과 사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사건관련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김은순 집행위원은 지난 26일 사랑의씨튼수녀회측이 전국 모든 남녀 수도회에 김주희 양 사망 사건 관련 입장 글을 보냈다면서, 그 가운데 ‘유가족이 5,000만원을 요구했다’는 허위사실이 적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추후 변호인단과 상의해 법적대응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장애인 단체와 지역 시민사회 단체를 비롯해 연대의 뜻을 밝히며 시민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대책위 집행위원이면서 다사리학교 교장 송상호 씨는 충주성심맹아원이 국가지원을 받아 장애인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기관인데, 그 기관에서 사고가 생기면 책임지고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송선호 다사리학교 교장,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도연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문미정


한밤중에 장애가 있는 어린 학생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몇 시간 동안 방치한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가.


송 교장은 “그 시간동안 선생님은 잠을 잤고, 이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마디 않는다면 인륜을 저버린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진상을 알고자 6년을 한결같이 시위를 해온 부모님의 애통함 앞에서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고, 반성도 죄책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제복과 수녀복 뒤에 있는 당신들의 민낯은 무엇이냐”며, “가장 가난하고 약한 장애소녀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애끓는 부모님의 피눈물 앞에서, 예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도연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올해 유독 광주에서 수녀회 이름을 자주 듣는다”면서, “광주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던 한 수녀회가 일방적으로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파란이 일었다”고 운을 뗐다. 


▲ ⓒ 문미정


씨튼이란 이름은 지역에서 따뜻하고 맛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따뜻한 빵을 만들고 좋은 일을 하는 수녀회라도 결정적인 일들에 있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어 ‘잘못은 인간이 한다. 합리화는 악마가 한다’는 톨스토이의 말이 떠오른다면서, 주희가 떠났던 방의 이름처럼 진실이라도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인 처벌은 면했지만, 도의적인 책임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랑의씨튼이 지역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수녀원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진실방에 갇혀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씨튼이란 이름을 접했을 때 이전과는 다른 불편함이 계속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전했다. 


6년 만에 이뤄진 만남 


기자회견 후 김주희 양 부모와 대책위, 시민들은 수녀회측에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했다. 사랑의씨튼수녀회 한국관구장 김영선 수녀는 직접 나와 김주희 양 부모 김종필·김정숙 씨와 대면했다. 김종필 씨는 수녀회측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 사건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수녀회 책임자를 만난 김주희 양 부모 ⓒ 문미정


김주희 양 부모는 주희 양 사망 후 벌어진 일들을 김영선 수녀에게 설명하면서, “높으신 분들은 관련자 모두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자식 목숨 값을 돈으로 받으려고 하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시는데, 저희가 돈을 바랐으면 (처음에 충주성심맹아원측에서) 한 장, 세 장 준비한다고 했을 때 안 받았겠느냐”며 참담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진실’을 알고 싶었던 것뿐이다. 아이가 수많은 상처를 안고 고통 속에서 죽어갔는데 어느 부모가 한이 안 맺히겠느냐”고 말했다. 


마음을 담아 사과만 하셨어도 이렇게까지 안 왔습니다. 


▲ ⓒ 문미정


대책위는 “직접적인 사인을 모르겠다는 것이지 사망 사건에 어떤 책임도 없다고 판결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장애인부모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쳤다면 그것을 부모가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런데 법에서는 부모에게 증명하라고 한다”면서, 주희 양 사건도 법원에서는 교사의 과실이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소명할 수 없다고 한 것이지 책임이 없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 통학버스에서 아이 한 명이 사망해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나중에는 원장수녀가 부모에게 사과했고, 지금 (주희 양) 부모도 그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씨튼수녀회 측에서는 대책위에서 준비한 공개서한을 건네받았고, “저희가 알아야 될 진실이 있다면 더 달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책위는 “자료 검토를 더 해보시고 가장 중요한건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 ⓒ 문미정


6년 만에 수녀회의 총 책임자를 만난 후, 김종필 씨는 “사실 여부를 알려면 제일 먼저 피해자 가족을 불러서 알아본 후에 결정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면서 “직접 만나보니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어렵게 만남이 성사됐으니 이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며 사건진상규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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