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의 개혁을 위해 설조스님이 29일째 단식정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어제(17일) ‘설조 스님 살려내기 국민행동 연석회의’(이하 국민행동)가 발족했으며, 사회원로들이 설조스님의 단식정진장을 방문해 스님의 뜻과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조계사 앞에서는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불자들이 조계사를 나서는 스님들에게 전국승려대회 궐기문과 참가신청서 등이 담긴 서류봉투를 나눠주고 있었다.
시민들에게는 조계종단의 상황을 알리면서 ‘MBC PD수첩에 방영된 조계종 도박 성폭력 승려 수사 촉구를 위한 청원서’ 서명을 받았다. 이전에는 조계종단의 상황을 알리면 시민들이 그냥 지나쳤지만 방송 보도 이후에는 잘 되기를 바란다며 응원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한 불자가 전했다.
우정총국 시민광장에 자리한 설조스님의 단식정진장 내부는 선풍기 두 대만이 천막 안의 열기를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날도 88세의 몸으로 단식을 이어가는 설조스님에게 찾아온 스님 몇 분이 단식 중단을 요청했지만, 목숨을 바쳐 조계종단 개혁의 기폭제가 되겠다는 설조스님의 뜻은 굳건했다.
오후 5시 30분경 함세웅 신부, 이해동 목사,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현이섭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 등으로 이뤄진 사회원로들이 ‘설조스님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설조스님을 찾았다.
이들은 설조스님의 뜻에 함께 하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 19일 오후2시 단식정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일간지에 신문광고를 내고 조계종단의 문제에 대한 수사·감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설조스님의 뜻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이 나라와 불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계 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죄송하기 그지없다. 대중을 이끈다고 하는 종교 집단이 오히려 잘못을 저지르고 교단을 혼잡하게 만들고 사회 걱정거리가 되어 구성원의 일원으로 얼굴 들 수 없다.
설조스님은 이같이 말하며, “제 업도 소멸하고 제 책임도 통감해서 늙고 추한 몸이지만 우리 교단이 변하는 데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결의했다”면서, “여러 어른들께서 연대하고 교단을 걱정해서 우리 교단이 맑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조계종 전 교육원장 청화스님은 “(잘못을 저지른 수행자들이) 양심이 있다면 물러나고 사죄하는 것이 맞다. 자신의 잘못에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는 종단의 현실을 보면서 구성원으로서 암울하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까지 어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재야원로들이 동참하고, 저희들이 탈출구를 찾는데 일조하겠다는 마음을 마주하면서 큰 힘을 얻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촛불법회에서 청정승가탁마도량 대표 원인스님이 8월 21일 오후1시 전국승려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설조스님 단식정진장을 지키고 있는 도정스님(제주 남선사 주지)에게 전국승려대회에 대해 물었다.
종단 내부 다양한 사안에 있어 일 처리가 순조롭지 못하면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스님들이 모이는데 이것이 전국승려대회다. 지금과 같이 부정부패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집회를 통해 모든 승려들이 결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국승려대회가 열리면 범죄행위를 한 승려들에 대한 퇴진 요구가 이어지며 이후 비상대책위가 꾸려지거나 여러 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행동은 설조스님에게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조계종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종교단체로 위상을 회복하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행동강령과 함께 19일 발표할 예정이며 대표단을 결성해 조계종 총무원과 청와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민행동은 불자들과 불교계 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범종교단체, 각 종교시민단체 등 70여 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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