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역사공원의 역사왜곡과 천주교 성지화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개관식이 열렸다.
이에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서소문범대위)와 동학농민혁명단체협의회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국가 공공기관에서 특정종교지원사업을 할 수 없는데도 특정 종교 유적 사업으로 바뀌고 말았다”면서 서울중구청,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밖에는 ‘서소문역사공원’으로 칭하고 내부는 ‘서소문순교성지박물관’이 되고 말았다”며 “범종교 명실상부한 희생자 추모관 시설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소문역사공원에 있던 고려시대 윤관장군 동상이 철거되면서, 역사공원이 아닌 천주교 성지화의 뚜렷한 증거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관 장군 동상 복구와 현양탑 철거를 요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필제 행적을 비롯한 동학농민군지도자의 참형·효수 기록이 전혀 없다면서 이는 역사 편향이자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서소문역사공원 지하에는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들은 이 전시공간이 “천주교 순교역사 기념관이 됐다”며, 특정 종교 공간 구성을 전면 철폐하고 서소문역사공원 내 천주교 추모 시설이나 미사 시설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시민참여공간을 확보하여 가톨릭신도 외 일반 시민들의 다양한 모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직 개장하지 않았지만 쇼핑 시설 공간이 배정됐다며 거룩한 희생 공간에 상업시설 배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늘(29일) 서소문역사공원 지하 콘솔레이션 홀에서는 축성·봉헌미사가 열렸다. 염수정 추기경은 오늘이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기념일이며 “순교자들의 믿음을 기억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고 애써왔던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축성하는 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일한 장소에서 최다 성인을 배출했다는 의미에서 이곳은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라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오늘 성지를 축성하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며 성지 공사가 중단됐던 적도 있고 성지 조성을 반대하던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순교 신앙 선조의 이끄심과 돌봐주심으로 “오늘날 이렇게 훌륭한 주님의 성전으로 또한 역사를 깊이 기억하는 되새김의 공간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축성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가 신자들의 신앙을 깊이 있게 하고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역사와 더불어 우리 교회가 같이 걸어간 길을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11년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이 시작됐다. 이 사업에는 국가예산 50%, 서울시예산 30%, 구예산 20%을 지원받아 570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현재 서소문역사공원 지상은 서울중구청이 관리하며 그 외 시설은 민간위탁으로 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운영한다.
2014년에 꾸려진 서소문범대위는 학술토론회, 천막농성 등 서소문역사공원 관련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선포식에서도 서소문역사공원 역사왜곡과 천주교 성지화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펼친 바 있다. 이들은 서소문역사공원이 천주교 성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가 흐르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물관은 오는 6월 1일 정식 개관하며 앞으로 지하에 마련된 성 정하상 기념경당에서 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서소문역사공원 내부시설이 천주교에 편향되면서 이곳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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