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톨릭교회는 ‘공동합의적 여정’(Synodal Way)을 통해 성직자와 평신도 함께 독일 교회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이 과정에 참여한 함부르크 대주교가 여성 서품 문제를 개방적 태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가톨릭 매체 < KNA >에 따르면 독일 함부르크 대교구 스테판 헤세(Stefan Hesse) 대주교는 독일 시간으로 지난 19일 여성 서품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하는데 찬성한다며 “여러 문제들을 숙고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여성서품 반대 입장을 단호하게 밝힌 요한 바오로 2세의 자의교서 「남성에게만 유보된 사제 서품에 관하여」(Ordinatio Sacerdotalis, 1994)에도 불구하고 “논의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며, 논의가 고작 종이 한 장 때문에 억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서품을 반대하는 가장 큰 논거로 삼고 있는 12사도의 성별이 모두 남성이라는 사실을 두고서도 “역사적 관점도 하나의 근거이지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여성서품을 찬성하거나 반대할 새로운 근거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헤베 대주교는 2019년 11월 말 가톨릭교회 성범죄와 교회 내 권력 남용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독일 가톨릭교회 개혁을 위해 개시된 ‘공동합의적 여정’(독일가톨릭교회시노드)의 ‘교회 직분과 직무에서의 여성’(Frauen in Diensten und Ämtern in der Kirche) 분과에 속해있다.
헤베 주교는 “나도 현실적으로 이것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결과가 이미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면, 이런 여정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직분과 직무에서의 여성’ 분과 의장을 맡고 있는 여성 신학자 도로테아 사틀레르(Dorothea Sattler) 역시 독일 가톨릭교회의 ‘공동합의적 여정’에서는 남성만이 서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이 소수이고 “주교를 포함한 다수가 (여성서품을 포함한) 일부 문제를 시험대에 올려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올해 54세인 헤세 대주교는, 독일 주교단 중에서 가장 어린 주교다. < America Magazine >에 따르면 헤세 주교는 기후 변화와 유럽 이민 위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1억 유로를 이민자를 위해 기부하고 교회가 소유한 800개의 건물을 이민자 수용을 위해 사용한 바 있다.
한편, 독일가톨릭주교회의(DBK)와 독일가톨릭평신도위원회(ZdK)가 공동 개최한 ‘공동합의적 여정’은 동성애, 여성서품, 성직자-평신도 간의 권위 분배 문제 등 보편교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제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관련 기관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