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일, 제6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를 발표했다.
2020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시작되는 ‘창조 시기’(9/1-10/4)의 주제가 ‘땅의 희년’임을 감안하여 희년(1)의 의미를 통해 생태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희년이 “사랑의 공동체로서 존재하고 번성해야할 피조물의 본래 소명을 기억하는 시기”라며 “우리는 창조주이신 하느님, 한 가족 구성원인 형제 자매, 우리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미치는 불평등한 악영향은 고삐 풀린 소비의 탐욕에 울리는 경종
두 번째로 희년은, “뒤를 돌아보고 속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면서 “창조주, 다른 인간과 모든 피조물과 우리를 이어주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비롯한 온갖 약자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하느님이 태초에 계획하신 피조물을 공동의 유산이자 공존의 정신으로, 형제자매와 함께 하는 만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인신매매, 미성년자 노동착취 등 “수많은 현대판 노예제의 쇠사슬에 묶인 모든 이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상호연결된 생명연결망의 일부이지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생태다양성 해체, 기후 재앙의 폭증, 가난한 이들과 약자들에게 현재 팬데믹이 미치는 불평등한 악영향은 고삐 풀린 소비의 탐욕에 울리는 경종”이라고 경고했다.
세 번째로, 피조물 보호를 위해서는 희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계속해서 성장을 요구하고 생산과 소비를 끝없이 반복함에 따라 환경을 녹초로 만들고 있다”며 “숲이 사라지고, 땅이 침식되어 가며, 밭이 사라지고, 사막이 넓어지며, 바다는 산성화되어가고, 태풍이 강해진다. 피조물이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라고 탄식했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도 모든 사람이 충분히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대지가 누려야 할 휴식을 돌려주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그런 점에서 “단순하고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재발견하게 해주었다”면서 “이번 위기는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우리가 땅에게 휴식을 주면 땅이 다시 살아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년의 ‘회복’을 강조하며 “피조물 본래의 조화를 회복하고 망가진 인간관계를 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의의 회복과 생태의 회복을 강조했다.
교황은 “회복적 정의”를 이야기하며 지난 4월 부활대축일 오르비 에트 우르비 강복에서 강조한대로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사회, 경제 위기의 심각한 영향을 고려하여 최빈국들의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교황은 생태 회복과 관련해서는 파리 기후협정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C 제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과, 2020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글래스고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이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더욱 큰 규모의 국가목표를 채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교황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육상, 해양 보호 구역 30% 확대, 동식물 외래종 유입률 50% 감소, 도시 인구 녹지 접근성 100% 증가 등의 제안을 담은 ‘포스트 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BF) 채택 여부를 결정할 2020년 제15차 유엔생물다양성총회(COP15, 중국 베이징 쿤밍)에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생물다양성 총회가 지구의 회복으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책임질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년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대지와 가난한 이를 보호하기 위해 크게 힘쓰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과 공동체, 특히 원주민 공동체들이 생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나이든 사람들과 젊은이들이 서로 대화하여 나이든 이는 꿈꾸는 사람이 되고, 젊은이들은 비전을 갖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 생태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일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랭 보포르(Éric de Moulins-Beaufort) 대주교를 대표로 하여 유명 배우 줄리엣 비노쉬(Juliet Binoche), 등 각계 인물들이 참여한 프랑스 생태보호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생태적 회심’을 한 일화를 고백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준비한 담화 대신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꺼냈다. 2007년 브라질 아파레시다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당시에 최종문건 작성에 참여했을 때 "왜 브라질 사람들이 아마존을 가지고 왜 그리 피곤하게 하는가, 아마존과 복음화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말했다며 자신의 언행을 고백하고 반성했다.
교황은 아마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2007년의 자신과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한 2015년의 자신을 비교하며 “그전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간 회개의 길을, 생태 문제를 이해하는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성장, 개발을 우선시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현재만을 생각하여 기후위기와 같은 생태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 인류, 생활방식 등 우리 소속감의 뿌리를 고찰하여 그 결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대화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뿌리가 없으면 나무는 자라지 않을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시인 프란시스코 루이스 베르나르데스의 ‘나무에 피는 모든 꽃은 나무가 땅에 묻은 것에서 자라난다’는 문구를 인용했다.
교황은 프랑스인들을 위해 포도주에 현 세대와 과거 세대 간의 소통을 비교하기도 했다. 교황은 “좋은 와인은 숙성될수록, 맛이 좋아진다. 프랑스인들은 이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라며 “나이든 사람들과 젊은이들이 서로 대화하여 나이든 이는 꿈꾸는 사람이 되고, 젊은이들은 비전을 갖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 생태다”라고 강조했다.
‘너희 아들 딸들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요엘 3, 1)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표 이후 시작되어 매해 9월 1일에 기념되며, 이날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까지 이어지는 ‘창조 시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1) 희년(Jubliee):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낸 다음해인 50년째해를 가리키는 말(레위기 25장 참조).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마련된 희년에 신자들은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열린 희년으로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희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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