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코로나19로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전역이 봉쇄되고, 한때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이 폐쇄되면서 교황청 안에만 머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쉬지 않고 생태 문제와 코로나19 이후 사회에 대한 여러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저술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미래의 땅: 통합적 생태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화』
먼저 지난 8일, 교황은 ‘슬로우 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와 함께 대담집 『미래의 땅: 통합적 생태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화』(이탈리아어: TerraFutura. Dialoghi con Papa Francesco sull’ecologia integrale)를 출간했다.
이 대담집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2015)의 관점에서 생물다양성, 경제, 이민, 교육, 공동체에 관해 논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페트리니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3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시기에 발생한 이탈리아 대규모 지진(2018년 5월), 아마존 시노드 개막(2019년 7월), 코로나19(2020년 7월)는 모두 생태와 관련이 있는 사건이었던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적 입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화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담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집필 계기와 생태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개인적 체험을 이야기한다.
“처음에 나는 환경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문제를 깨닫고 편견을 걷어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각자에게 이해할 시간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미래를 원한다면 서둘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이 저서는 특히 「찬미받으소서」가 단순히 교황이 발표한 ‘종교적’ 입장을 담은 회칙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회칙”이자 인간 역시 생태의 일부라는 점에서 “사회 회칙”이라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다양성이 가톨릭교회의 다양성과도 연관이 있다면서, 가톨릭교회의 모습 역시 지역과 문화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방법으로 기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인간적 생물다양성, 즉 문화적 생물다양성이 파괴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죠! 각자 자기 문화에 맞게 기도해야 합니다! 자기 문화에 맞게 성사를 집전해야 합니다. 교회에는 각자 다른 문화에서 생겨난 25개가 넘는 전례가 존재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청으로 아마존 시노드에 참관했던 페트리니가 기혼 사제 문제를 두고 많은 관심이 쏠렸던 아마존 시노드에 관해 묻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논의를 뒤흔드는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풍성한 대화를 시도하여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 없는 토론은 무용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관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이 “변화를 희망하면서도 코로나19 이전의 가치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야생적인 시장 경제, 허공에 떠 있어 손에 잡히지 않는 경제의 신비를 거부하는, 경제에 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께 꿈을 꿉시다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
오는 12월 1일에는 교황의 자서전을 집필한 기자 겸 작가 오스틴 아이버레이(Austen Ivereigh)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담집 『함께 꿈을 꿉시다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영어: Let Us Dream: The Path To A Better Future)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으로 발간된다.
출판사는 “코로나 위기 가운데 10억 이상의 가톨릭 신자들의 사랑을 받는 목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의 잔혹함과 불공평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을 보았다”면서 “동시에 교황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끈기, 관용, 창의력에서 우리 사회, 경제, 지구를 살릴 수단을 발견했다”고 대담집을 소개했다.
오스틴 아이버레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가운데 이미 지난 7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1:1 대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거대한 불확실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창조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삶에서 겪은 세 가지 위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위기를 맞아야 하는지 설명하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큰 실수이고, 용기를 내어 변화해야만 위기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황은 위기를 만든 체계와 이념을 통렬히 비판하고 그리스도인의 임무가 예수처럼 가난한 이와 소외받은 이를 돌보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교황은, 서로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함께 행동하는 것이 이러한 거대 담론에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특히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의 의사결정권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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