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4일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 방화사건에 대해 개신교계가 “모든 불자들께 깊은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교계에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방화로 수진사는 6개의 전각 중 하나인 산신각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방화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이번 범행 동기를 두고 “하나님의 계시가 있었다”며 자신을 개신교인이라고 주장했다.
방화 용의자는 2019년부터 수진사를 찾아 “할렐루야”, “하나님 믿으세요”를 외치며 사찰 내에서 성경 구절을 크게 외치고 현수막에 불을 붙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종교폭력 사태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대화위원회(이하 NCCK)는 3일, 입장문을 내고 “기독교 신자의 고의적인 방화”에 대해 “피해를 입은 수진사와 모든 불자들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NCCK는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이 아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NCCK는 최근 프랑스 파리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중학교 교사 테러,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 테러, 리옹 정교회 사제 피격 사건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종교폭력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배타적으로 앞세운 독선과 오만이 이웃의 생각과 신앙을 혐오하는 끔찍한 테러행위로 표출되고 있다면서 “분쟁의 중심에 종교가 있다는 불편한 현실과 함께 생태위기 극복을 위해 종교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빚진 마음이 커지는 이때, 기독교 신자에 의한 수진사 화재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좌절하게 한다”고 말했다.
NCCK는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종교적 상징에 대한 방화나 훼손 사건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것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한다”고 밝히며 개신교 신앙이라는 미명 하에 저지르는 모든 테러 행위를 반성했다.
한편, 2016년에도 개신교 신자가 개운사 불당을 훼손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개신교인을 대신해 사죄하고 불당 복원 기금을 모금한 서울기독교대학교 손원영 교수는 2017년 대학측으로부터 파면되었다가 2019년 11월 파면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여전히 복직이 미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자 지난 2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개신교단의 지도자와 목회자들은 개신교 신자의 이런 반사회적 폭력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해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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