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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미얀마 사태에 “목숨 건 사회정치적 선택도 복음에 충실한 일” 성 베드로 대성당서 미얀마 신자들을 위한 미사 봉헌 끌로셰 2021-05-18 18: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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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미사에 참석한 미얀마 여성수도자들 (사진출처=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로마 주재 미얀마 신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키다’라는 주제로 강론하며 미얀마 국민들을 위로하고 이들이 군부의 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지지했다.


여러분의 소중한 나라 미얀마가 폭력, 분쟁, 탄압으로 점철된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교황은 이같이 전하며 지켜야 할 것으로 신앙, 일치, 진리를 꼽았다.


먼저 신앙을 지켜야한다는 표현에 대해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더 이상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체념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요한 17, 1) 기도했다고 지적하며 “신앙을 지킨다고 하는 것은 땅 위에서 투쟁이 계속되고 무고한 피가 흐르는 가운데서도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드는 것”이라며 “이는 증오와 분노의 논리에 굴하지 않는 것이며 우리에게 서로 형제가 되라고 말씀하시는 이 사랑의 하느님을 바라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기도’란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도가 아니라, 그 반대로 죽음을 퍼트리는 수많은 무기 가운데서 사랑과 희망을 지키는 우리의 유일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항의하고, 하느님에게 우리 고통을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데 겁먹을 필요가 없다. 이것조차도 기도다. (...) 어떤 때에는 이러한 기도가 상처 입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하느님께서는 다른 기도보다도 이를 더욱 반기시며 주님께서는 언제나 그분 민족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신다”면서 “형제자매 여러분, 계속해서 하늘을 바라보십시오. 신앙을 지키십시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지켜야 할 것으로 ‘일치’를 꼽은 교황은 예수의 제자들이 그들 중 누가 가장 위대한지, 누가 우두머리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투었듯이 “분열은 죽을병”이며 “우리는 가정, 공동체, 민족,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이를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치를 위협하는 것은 “욕망, 질투, 공동선 대신 사리사욕 추구, 다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라며 “우리들 가운데 존재하는 이러한 작은 분쟁들이 최근 미얀마에서와 같이 큰 분쟁 가운데 투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파적 이해관계, 이득과 권력에 대한 갈망이 앞서면 언제나 충돌과 분열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시기 전에 하셨던 마지막 권고 역시 일치였다.


교황은 군부의 유혈진압 등과 같이 “여러분이 어쩔 수 없는 사회정치적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평화와 형제애를 위한 노력은 언제나 아래서부터 태동한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형제애의 일꾼이자 형제애를 심는 사람이 되어 폭력을 조장하는 대신 부서진 것을 다시 짓기 위해 노력하는데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결국, “진리를 지켜야한다”고 강조하며 “진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이념을 옹호하거나 특정 교리 체계를 수호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으면서 그분의 복음에 헌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진리를 지킨다는 것은 삶의 모든 상황 가운데서 예언자가 된다는 것, 즉 흐름을 거스르는 한이 있어도 복음에 헌신하고 복음의 증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폭력, 증오가 있는 곳에서 복음에 충실한다는 것, 평화의 일꾼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우리 목숨을 걸고 사회정치적 선택을 통하여 참여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세상이 변할 수 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이라면 정치적 선택을 통해서 미얀마의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며 힘겹게 군부에 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을 격려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오늘 주님의 제대 위에 여러분 민족의 고통을 바치고자 하며 여러분과 함께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의 마음을 평화로 회심시켜주시기를 기도하고자 한다. 절대 희망을 잃지 말라”고 미얀마인들을 위로했다.


이날 미사에는 미얀마 출신의 여성 수도자 100여명과 사제·신학생 70여 명, 그리고 평신도들이 참석했다. 


교황청 차원서 미얀마사태 해결 위한 노력 이어가

안 로사 누 따웅 수녀와의 대담집 「사람들 말고 나를 죽여달라」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은 미얀마 사태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미얀마 사태 발발 열흘 만에 주교황청 외교단에게 미얀마 사태에 우려를 표하기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발언을 이어왔던 교황은 지난 4월 부활 강복에서 다른 문제들에 앞서 “나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 곁에, 특히 사랑으로만 증오를 이길 수 있음을 알고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로이 목소리를 내는 미얀마 젊은이들 곁에 함께 한다”고 말했다. 


< La Croix >에 따르면 오는 20일 로마에서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usula Van Der Leyen)과도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교황청 차원에서도 미얀마 사태를 널리 알리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폭력 진압에 나선 군경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쏘지 말라,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 차라리 나를 쏘라”고 말했던 안 로사 누 따웅(Anne Rose Nu Tawng) 수녀와 이탈리아 주교회의 산하 매체 < Avvenire > 논설위원 등을 지낸 아시아 전문 기자 제로라모 파치니(Gerolamo Pazzini)의 대담집 ‘사람들 말고 나를 죽여달라’(이탈리아어: Uccidete me, non le gente)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신간 발표 기자회견에 온라인을 통해 참석한 누 따웅 수녀는 “나는 그저 사람들을 지키고, 청년들이 도망칠 수 있기를 바랬다”면서 “내가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날 밤에는 그날 일을 다시 생각해보고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16일 미사 때 로마 주재 미얀마 그리스도인들은 누 따웅 수녀 대담집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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