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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루피노 신부의 복음묵상 : 짠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가는 종교
  • 임 루피노
  • 등록 2015-09-08 15:53:26
  • 수정 2015-09-09 1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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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의인들의 묘를 꾸미면서, ...그렇게 하여 너희는 예언자들을 살해한 자들의 자손임을 스스로 증언한다."


"그러니 너희 조상들이 시작한 짓을 마저 하여라." (마태오복음서 23장)




가톨릭교회는 지난날 부끄러운 일들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중세의 종교재판소 운영과 마녀 재판, 종교 전쟁 등 무고한 생명들을 종교의 이름으로 처단한 반인륜적 범죄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나치의 유대인학살극에 대해 비겁한 침묵을 지켰던 과거도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경우는 친일과 친군사독재의 전과가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의 잔혹하고 반인륜적 침탈과 착취의 현실 앞에서 주교를 포함한 가톨릭교회의 성직자들 일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천주교신자들에게 천황과 일본을 위해 헌신하며 기도하고(!) 미사 후에는 단체로 신사를 참배하라 하며, 일본군의 승전을 위해 헌금하라는 강론과 연설을 무수히 했습니다.


물론 당시 한국 종교계는 친일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개신교와 불교에는 수십 명씩의 친일파 인사들이 수십 명씩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천주교인들은 모두 7명(성직자 5명, 신자 2명)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노기남 대주교, 오기선 신부, 그리고 장면 박사가 있습니다. 한국의 가톨릭교회는 과거 순교의 역사를 미화하기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러한 친일의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반(反)복음적인 침묵을 지키면서(아마도 "정치적인 것에 대해서 종교는 말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셨을지도 모를) 탈현세적 신앙생활에만 열중하셨던 많은 성직자들의 존재도 있었음을 되새겨봐야 할 것입니다. 침묵의 카르텔입니다.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군사독재체제 아래에서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많은 수의 성직자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종교는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15년입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성직자들과 신자들은 복음서의 예수가 전하는 참된 식별력(신앙)을 지니지 못한 채 과거의 언행을 반복하고, 결국 교회는 짠맛 잃은 소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언자가 없는 종교, 예언자를 버린 종교, 예언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종교, 예언자를 심판하고 무덤에 묻어버리는 종교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것이고, 열린 마음의 연대만이 교회가 되살아나는 길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은 큰 울림으로 스스로를 반성하게 합니다.



[필진정보]
임 루피노 : 작은형제회 소속으로 서울에 살고 있으며, 수도생활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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