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올해 3월부터 가톨릭프레스는 매월 특집 주제를 선정해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고 분석하여 연재 보도 합니다. 특별보도팀 ‘저스티스(Justice)’는 가톨릭프레스만의 살아있는 언어로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될 것을 다짐했습니다. 네 번째 특집 주제는 [성지]입니다.
“한국천주교는 한국 근대사를 천주교 ‘순교성인’으로 가득 채우는 작업과 전국에 흩어진 성인의 순교지를 ‘성지화’하는 작업을 병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종교는 이미지로만 존재할 수 없다. 종교가 사람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종교)스스로 사람을 위해 종교를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이창익 교수, 불교평론
최근 한국천주교는 순교성인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성지 개발에 힘 쏟고 있다. ‘성지화’ 사업의 초석이 되는 ‘성인화’ 작업은 로마 교황청의 도움 없이는 이뤄질 수 없고, 국토 곳곳을 성지로 개발하는 사업은 정부의 협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민생고와 불평등이 만연한 시대에 종교가 힘을 쏟아야 할 대상이 ‘성지화 사업’이냐는 논의는 미뤄두더라도, 천주교는 자신의 국내외적인 역량을 동원해 성지화 사업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성지화 사업이 과열되면서 천주교는 이웃 종교뿐 아니라 역사학자, 지역 주민들과도 마찰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천주교의 성지화 사업을 두고 ‘국토 성지화 욕망’, ‘성지화 사업 전문종교’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또한 지난 2014년에 있었던 교황방한을 두고 성지화 사업을 위한 초석역할 이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천주교의 전국토 성지화 사업 논란은 최근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천진암과 주어사 터, 관덕정에서 불교와 천도교 등 이웃종교와의 분쟁이 있었고, 이외에도 천호성지, 절두산성지 등에서 납골당 도입과 관련해 인근 지역주민들과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성지 사업으로 인한 문제가 교회 안팎에서 터져 나왔지만, 천주교는 성지화 사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저스티스 특별보도팀은 한국천주교 성지화 사업의 문제점을 살피고, 국가 세금을 활용한 성지개발의 실태와 방법을 폭로하고자 한다. 또한 성지화 ‘작업’이 ‘사업’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 즉 성지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금과 관련해 실질적인 내용을 조사하고자 한다.
신앙의 선조들이 지녔던 위대한 신앙심을 이어받는 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성지를 개발하는 과정은 정부기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치적’ 작업이었으며, 성지화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이해타산이 연관된 ‘자본적’ 성격이 짙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했다.
성지화 사업으로 심화되는 분쟁지역
“천주교는 모르는 일…그것은 오해다” 서소문역사문화공원
최근 천주교의 성지화 사업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곳은 ‘서소문 성지’다. 서소문은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된 103위 성인가운데 44위가 순교한 곳이자,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된 124위 복자가운데 27위가 순교한 곳이다.
그러나 2014년 말 역사학자들과 천도교가 주축이 된 ‘서소문 역사공원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결성되면서 서소문 성지화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서소문 지역은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지일 뿐 아니라, 사육신, 조선시대 반봉건 개혁을 부르짖던 개혁주의자들, 갑신정변을 주도한 혁신주의자들의 처형지였고, 독립운동과도 연관이 있으며, 일제 무장 항일 투쟁의 발단이 된 서소문 전투가 발발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천도교의 전신인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의 억울함을 풀고 조정으로부터 포교의 자유를 인정받고자 진행된 교조신원운동 관련자들이 서소문에서 처형당했고, 1895년 갑오농민혁명을 이끈 동학(천도교) 지도자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 5두령의 재판과 처형이 서소문에서 있었다.
서소문 지역이 이처럼 다양한 역사와 종교적 중요성을 지니는 이유는 서소문 형장이 국사범을 처형하고 효시해 백성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는 처형지였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후기 민생고가 절정을 달하면서 국가의 수탈과 관리들의 횡포 등으로 농민들과 진보학자들의 저항이 이어지자, 조선 정부는 이들을 처형하고 효시해 백성들에게 본보기를 보였다. 외세침탈과 기울어져 가는 조선의 마지막 역사에서 진보적인 개혁주의자들이 서소문에서 목이 잘려 효수됐다.
그러나 서울 중구청은 서소문공원이 근현대 역사를 담고 있는 성지라고 인정하면서도 대책위가 제시한 사료는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역사학자들은 역사 사료를 토대로 수차례 학술회의와 토론회, 심포지엄을 개최해 근거자료를 중구청에 제출했지만, 중구청은 천주교 측이 제시한 순교자 관련 사료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서소문공원 개발담당자인 도심재생과 A주임은 “서소문공원과 서소문감옥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서소문역사공원에 서소문감옥이 포함돼야 한다는 대책위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 서소문공원과 서소문감옥 터는 150m, 도보로 1분 거리다. 대책위는 “이미 천주교 측의 자료만을 가지고 공원개발의 모든 과정을 준비했기 때문에 사실 확인조차 안하고 공사를 진행한다”며 규탄했다.
현재 서소문공원은 ‘서소문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지난 2월 17일 기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서소문 공원 사업제안을 해준 염수정 추기경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기공식 시삽 행사에서 염 추기경은 정부관료들 한 가운데서 밝게 웃으며 삽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 역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역사를 지우지 말아 달라” 해미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해미성지는 1985년 4월에 해미본당이 창설된 후 ‘해미 순교선열현양회’를 발족해 기념 성전을 건립하고 성지화를 마쳤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성지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더불어 교황방문 기념관과 프란치스코 광장, 성지순례길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서산시는 약 2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비 중 민간투자 일부는 천주교 대전교구에서 지원하는 것이 드러나자 이를 보다 못한 서산 천장사 주지 허정 스님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에게 서한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부각하기 위해 다른 역사를 지우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허정 스님은 “해미읍성은 특정종교의 성지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의 소통과 화합의 장소로 남는 것이 후손들을 위해서나 지역관광활성화를 위해서나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허정스님은 “서산시에서는 종교적 사업으로 보지 말고 관광 활성화 사업으로 봐달라고 말하지만 사업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유치하는 과정을 보면 특정종교의 사업임이 드러난다”며 해미 대성당 주변 논 1만 9834㎡(약 6,000여 평)를 매입해 주차장을 만들고 구 해미초등학교에 교황기념관을 세우려는 사업계획을 지적했다. 이어 “모든 종교가 자신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천주교가 공존과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로운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읍성 동서남북에는 읍성을 지키기 위해 돌로 만든 미륵불이 세워져 있고, 조선시대 축조된 성벽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읍성이여서 천주교 순교역사 이외에도 종교적·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 불교 측의 주장이다. 허정스님은 해미읍성이 천주교뿐 아니라 불교와 유교의 흔적이 공존하는 곳이므로 단독 성지화 보다는 소통과 화합의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성지화’ 천진암
불교계와의 마찰은 또 있다. 천진암은 조선 후기 천주교가 박해를 받을 당시 천진암 스님들이 교인들을 숨겨줬다가 함께 죽임을 당하고 절이 불탄 곳이다. 조선 정부는 천주교인을 숨겨주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는다고 미리 엄포를 놓았지만, 당시 천진암 스님들은 자비의 마음으로 천주교인들을 숨겨주고 강학까지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하지만 오늘날 천진암성지에는 이벽, 이승훈, 권일신, 권철신, 정약종 5인의 묘가 조성돼 있을 뿐, 천진암 스님 10여 명이 이들을 숨겨주었다가 함께 죽임을 당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오직 천진암이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였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자신들을 자비의 마음으로 받아주고 보호하다가 죽어간 은인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후대 교회의 모습을 성인들은 어떻게 바라볼지 의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가톨릭 내부에서 조차 천진암성지가 진정 성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100년이나 걸리는 대성당을 짓기보다는 천주교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스님들의 자비를 함께 기리고 불타 없어진 주어사를 복원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교 측은 2014년 7월 ‘주어사 원형복원 발원을 위한 1000일 기도 입재식’에 들어가면서 주어사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에 대한 노력으로 주어사 터에 연등을 달았다. 천주교 측은 즉각 종교적 화합을 언급하며 연등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불교 측은 “주어사 스님들은 서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장소까지 제공했다. 그런데 사찰이 있었던 자리에 연등을 다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이 밖에도 성지 조성으로 훼손된 조선백자도요지(사적314호)와 천태종 영통사, 총화종 화령암 등 대소 사찰을 쫒아냈다는 의혹으로 천진암성지는 ‘서양종교의 제국주의적 침략’이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또한 천진암 인근에 거주하는 김주석 씨는 “한국 천주교 발상지 천진암은 범죄집단”이라며 천주교 수원교구 측이 성지 조성을 위해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천진암 성지를 둘러싼 크고 작은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 성지특집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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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중의 구운몽을 보면 유불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도교의 8선녀가 불교의 육관대사를 찾아오면서 사건이 진행되고,
양소유로 태어난 성진은 유교가 추구하는 입신공명의 길에 몰두합니다
용왕이나 토속신들이 불교나 도교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요.
그에 비해 개신교는 타종교에 대해 너무 호전적이 아닌가 싶었는데,
천주교마저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됩니다.
가톨릭이건 개신교건 불교건 자신의 신앙을 열심히 믿되
타종교를 아프게 하는 일은 삼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웃종교에 아픔을 준데 대해 가톨릭 신자로서 당황스럽고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요? 종교가 무었이며, 왜 우리가 신앙을 갖나요? 가톨릭 패권주의를 위해서인가요? 이렇게 가톨릭이 안팎으로 권력을 휘둘러도
되나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시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