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발생했다면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원인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천주교청주교구 내덕동주교좌성당과 사랑의씨튼수녀회 광주 본원에 이어, 29일 오전 11시 김주희 양 의문사 사건 발생 장소인 충주성심맹아원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은순(진상규명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씨는 “딸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고 주희 부모님이 보낸 세월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겪었던 아픔의 축소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원장수녀는 당시 맹아원 책임자로서 이 상처가 왜 생겼는지, 상처를 낸 범인은 누구인지, 또 목과 귀 뒤, 등의 상처에 대한 기록이 생활일지에 왜 기재가 안 되어있는지를 꼭 해명하라”고 강조했다.
김은순 대표는 사랑의씨튼수녀회 한국관구장수녀가 지난 1일, 전국 수도회에 충주성심맹아원 사건 관련 메일을 보냈는데, 이 메일에 김주희 양 부모가 고모를 통해 5천만 원을 요구했고 이후 김주희 양 아버지 김종필 씨가 민사·형사소송을 진행하면서 6억 2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가 김주희 양 부모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5천만 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당시 맹아원 사무국장의 진술서에도 부모가 돈을 요구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억 2천만 원이란 돈은 민사 소송을 맡은 변호사가 법적 근거에 의해 소송당시 제시한 금액이겠지만, “5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랑의씨튼수도회를 책임지는 한국관구장수녀의 위치는 매우 신중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남녀수도회장상연합회를 통해 모든 수도회에 허위사실이 적시된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선익에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있는 장상연합회를, 진실을 감추고 은폐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것이 참으로 황당하다.
김종필 씨는 자신을 “2012년 11월 8일 언제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온몸에 큰 상처를 안고 죽은 채 발견된 고 김주희 양의 부모”라고 소개하면서, 법은 ‘있는 자의 법’이고 하얀 진실조차 검게 채색해 유전무죄를 실현하는 현실이 통탄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정영우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충주성심맹아원 원장수녀에게, “천주교 재단을 생각하지 말고 시설에 있는 수많은 장애아동과 하느님을 봐서라도 회개하고 진상규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은주 충주사나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시설인 이 곳에서 그 책임을 얼마나 다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이제라도 원장수녀와 맹아원은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것이 아직도 충주성심맹아원에서 공부하는 장애아동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충주성심맹아원에 ▲사건 당시 야간 담당, 강 교사 징계 ▲목, 귀 뒤, 등 상처에 대한 해명과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죄 ▲당시 맹아원 원장 정 수녀 징계 ▲사실 관계를 올바로 적시해 전국 수도회에 정정 메일을 보내고 경솔한 행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사랑의씨튼수도회가 운영하는 모든 기관 및 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직원들의 인권교육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책위는 이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충주성심맹아원 원장수녀와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 대책위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감추고 속이려고 해도 주희 양은 여기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원장수녀님이) 새로 오셨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괴로울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직의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양심과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대책위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맹아원 측에 요청했으나 “할 말이 없다. 노력하겠다”는 말만 돌아왔다.
사건 발생 당시 김주희 양을 돌봤던 강 모 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2015년 4월 1심에서 금고8월, 집행유예 2년을 판결 받았다. 하지만 2016년 4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김주희 양 부모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017년 11월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