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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은, 절박함으로부터”
  • 신성국
  • 등록 2018-06-21 11:23:32
  • 수정 2018-06-26 17: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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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평화 무드로 급변하면서 민족사의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당황해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평화를 갈망하며 남북 화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준 놀라운 선물에 감사하면서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 삶에 깊게 뿌리내린 분단의식은 모든 것을 분열시켰다. ‘호남’과 ‘영남’으로 지역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파괴시켰다. 국민들을 낡고 쓸모없는 반공의 틀 속에 가두려는 분단 권력자들의 횡포가 우리 사회를 사분오열 갈라놓았다.


우리 삶은 불안과 공포, 분열과 갈등, 증오와 폭력이 일상화된 상태에서 무려 70년을 살아왔다. 이런 분단 이데올로기에 교회도 적극적으로 편승했고, 공범자였다. ‘반공주의’라는 신학적 도그마를 제공한 종교는 가톨릭교회였다. 프랑스 혁명시기에 교황 비오 6세는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와 ‘사회적 평등’, ‘지성적 박애’를 거부한 교서를 발표했다. 혁명정신을 거부하고, 반계몽주의 노선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과학자, 철학자, 노동자, 지식인들은 가톨릭교회로부터 대거 이탈했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는 과학기술 발전을 거부하고 근대 계몽 사회를 거슬러 봉건체제를 고집한 집단이었다. 교회는 성직자들과 신자들에게 금서 목록을 제시했는데, 그 명단을 보면 경악스럽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데카르트, 파스칼, 스피노자, 존 홉스, 칸트, 루소, 볼테르, 문학자 하이네, 빅토르 위고, 에밀졸라, 니코스 카잔카스키 등 근대 학문의 초석을 놓고 중대한 사상의 전환을 가져온 과학자들과 철학자들, 사상가들의 업적을 부정해버렸다. 


한마디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사회 발전에 동참하지 못하고 역행했던 교회는 지금도 그 구태의연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나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다양성, 민주적 발전에 부응하지 못하면 결국 시대의 낙오자로, 박물관의 기념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의 대격변기에 우왕좌왕하며 자신의 사명과 위치를 찾지 못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기대가 난망할 뿐이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그들을 멀리하고, 한반도의 배는 평화의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항해하고 있다. 


요한복음 7장 37절을 보자.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목마른 사람은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진리를 갈망하다가 마침내 천주학을 배우고, 천주 신앙을 받아들인 조선 시대의 개혁적인 실학자들이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고 생명과 진실의 절박함으로 살아가는 세월호 유족들이 성령의 사람들이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헛되게 보낼 수는 없다고 절규하며 진실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다하는 가족들이야말로 목마른 사람들이다.    


분단 조국에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조성만 열사, 박종철 열사, 민주와 통일 열사들, 광주 5·18 민주 열사들이 성령의 사람들이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봄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대한민국을 헬조선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던 수많은 시민들이 성령의 사람들이다. 


성령의 사람들은 목마른 사람들, 진리 때문에, 정의 때문에, 사랑 때문에, 평화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기 때문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예수가 목말라했던 그 목마름이 있고, 예수가 추구한 삶의 가치를 이 땅에서 실현하고자 한 복음의 목마름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예수가 그렇게 살았으니 나도 그렇게 살겠다는 마음이 예수를 믿는 것이다. 성령은 성전에서 매매되는 상품이 아니다. 내 안에서 진리를 갈망하고, 복음을 갈망한다면 이미 그 안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성령은 무한하게 솟아나는 것이다. 


성령을 받는답시고 성령 기도회나 세미나에 다니고, 성령 부흥회를 다니는데, 성령은 그렇게 오거나 활동하는 분이 아니다. 우리가 예수와의 철저한 일치 안에서 살고, 예수의 진리를 온몸으로 사랑하고 따를 때 성령이 우리 안에서 샘솟는 생명이 되는 것이다.




[신부열강]은 ‘소리’로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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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정보]
신성국 :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으로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파견사제다. 현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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