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9장 13절이다.
종교지도자들은 태생 소경을 치유한 예수를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지도자들과 예수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충돌한 문제는 안식일 규정과 율법 때문이었다. 예수는 안식일과 법보다 ‘인간’을 더 귀하게 여기고 소경을 고쳐주었지만, 지도자들은 인간보다 ‘법’이 더 중요했다. 태생 소경의 치유 사건은 누구나 기뻐할 일인데 지도자들은 고통 받는 자의 치유 사건에는 관심이 없고, 예수가 안식일 규정과 율법을 지키지 않은 사실에 분노하고 비난하고 있다.
이사야 예언서는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눈뜨게 되는 날이 자유와 해방을 주는 날이며, 비로소 인간이 되는 날이고 하느님의 창조가 지속되는 날로 보고 있다.
안식일 법에 매여서 눈을 못 뜬 지도자들, 즉 바리사이파들이야말로 소경들이다. 인간의 아픔과 슬픔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도 몰라보는 소경이 지도자들이다. 하느님을 율법 속에 가두어 놓고, 율법의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자기들 생각대로 안 하면 하느님까지도 인정을 못 한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만든 규정과 교회법(율법) 안에서 하느님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그래서 바리사이파와 오늘날 종교지도자들은 보지 못하는 지독한 소경들이다. 바리사이파로서 율법 박사들이고, 성직자들로서 신학과 성서와 교리를 많이 배운 자이다. 그들은 많이 안다고 자부하며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고, 심지어는 하느님을 자기들 멋대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을 보지 못하며 알지도 못한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어리석은 짓은 2천 년 전 유대 땅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누가 소경인가? 바리사이와 지도자들은 예수를 거부하고 어둠 속에서 헤매는 소경이다. 교만한 지도자들은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들 선입견과 입장, 특권에 갇혀 사는 자들이다.
우리는 한국 교회 안에서 그런 자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게 된다. 가르치려는 자는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성직자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더 많이 듣고, 배우고, 깨닫고, 공감해야 한다. 신학교 7년간 배운 신학으로 하느님에 대해 많이 안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하느님은 신학책의 문자 속에 계신 분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고통으로 절규하고, 아파하며 울고 있는 사람들 속에 계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하느님이 역사하는 성서이며 예수를 드러내는 성사다.
사람들은 거룩한 성령을 품은 성전이며, 예수의 귀한 인격체다. 교회 안이 아니라 교회 밖 세상 한복판에서 울고 계신 하느님, 아파하는 하느님, 안간힘을 써가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
태생 소경은 예수가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소경은 신학을 배워서 하느님을 안 것이 아니라 예수와의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예수는 아무 조건 없이 그를 받아 안아주셨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이 제시하는 하느님을 만나는 조건이 너무 많다. 법을 지켰나, 규정을 따랐나, 형식을 갖추었나, 신앙생활에 왜 그리 조건이 많은가? 해야 할 의무와 규정이 왜 그리 많은가? 사람들이 만든 조건과 규정이 사람들을 옭아매는 구실을 하고, 하느님께 가는 길을 방해하는 장애가 되고 있다.
교회가 만든 규정을 잘 지켜야 모범적인 신앙인인가? 그렇다면 예수와 적대적인 바리사이들이 모범적인 신앙인이었다. 오늘날 신자들을 21세기 바리사이파로 만들어선 안 된다. 예수는 그들의 율법주의를 타파하셨는데, 왜 우리가 바리사이처럼 되어야 하는가? 모든 교회법 위에 인간이 있고, 그 인간을 하느님은 사랑하신다.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 9월부터 11월까지 <가톨릭프레스>가 주최하는 강좌 소식입니다. 9월 3일부터 매주 월요일에는 지성용 신부님이 『바이블테라피』로 12번의 강좌를 합니다. 이 강좌는 성서 전반을 새롭게 보고, 신앙의 본질로 안내해줍니다. 우리의 현실과 성서를 만나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9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정도 진행합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김유철 시인의 강좌를 준비했습니다. 김유철 시인은 경남민언련 대표이시고, 삶·예술연구소 대표이십니다. 이번엔 ‘신영복 선생의 담론을 다시 읽다’는 제목으로 강좌를 준비하셨습니다. 동양경전 전반을 다루고, 경전의 중심 사상을 풀어주는 재밌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격주 목요일에는 김유철 시인이 하고, 다음으로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초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먼저 9월 6일에는 최민석 형제가 오십니다. 전직 광주대교구 사제였으며 지금은 자유로운 예술가로 활동하십니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하고자 오랫동안 팽목항 지킴이로 나서신 착한 목자셨습니다. 노숙자들을 돌보다가 오랜 기간 암 투병으로 많은 고통을 겪으시고 지금은 회복 중에 있습니다. 제목은 ‘뭣이 중헌디’입니다.
9월 20일에는 성공회 사제이신 황인찬 신부가 오십니다. 경남 거창에서 작은 교회를 사목하시며 한옥 건축가로 살아가십니다. 성직자로서 자신의 생활을 신자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손수 일하고, 자급자족하면서 별난 삶을 살아가는 황 신부와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제목은 ‘교회를 지으며 인생을 짓다.’
10월 4일에는 경기대학교 경제학부 구균철 교수를 초대했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에 가서 주류 경제학을 공부하고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전파하는데, 구균철 교수는 새로운 경제학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비주류 경제학을 전공하고, 신자유주의에 맞서서 사람과 공동체 중심의 경제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구 교수의 변방에서 외치는 솔직 담백한 경제학 토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목은 ‘갑과 을의 경제학 이야기’
10월 18일에는 박재형 신부를 초대하였습니다. 글라렛선교수도회 사제로서 작년에 서품 받은 분입니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자의 길을 걷다가 가톨릭 사제의 길을 선택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신부입니다. 과학과 종교의 경계선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합니다. 제목은 ‘과학과 신학이 나에게 말 걸어’
다음으로 10월 25일에는 김은수 롯데주류 군산공장장을 초대하였습니다. 술과 인연이 대단히 깊은 분으로서 와인을 생산하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군산 공장장으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술과 인생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평생 술을 생산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김은수님의 술과 인생에 대한 토크쇼도 흥미를 줄 것입니다. 참고로 이분은 해방신학연구소 김근수 소장님의 동생입니다. 제목은 ‘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이번 <가톨릭프레스> 가을 강좌는 색다르고, 알찬 내용으로 우리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어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기대합니다.
[신부열강]은 ‘소리’로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업로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