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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을 죄 짓게 하는 악인들을 멀리해야
  • 이기우
  • 등록 2019-02-28 14:46:54
  • 수정 2019-03-01 13: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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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사도요한 신부의 매일강론입니다. 이기우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로 3년간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습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지난해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습니다. 세상의 빛이 되는 깨달음, [이신부의 세·빛]으로 매일강론 연재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 주


집회 5,1-8; 마르코 9,41-50


마르코는 복음서라는 유형을 처음으로 시작한 복음사가입니다. 베드로의 제자이자 바르나바의 조카였던 그는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소아시아 선교여행을 기획할 때 동행하다가 돌아와서 복음서 집필에 착수했습니다. 당시의 기록을 대조해 보면 한 십 년 정도 걸린 작업입니다. 그의 이런 작업이 얼마나 독창적이었는지는 두 번째로 선교여행을 하던 바오로가 유럽 선교를 개척하다가 무진 고생을 많이 하고 데살로니카에 어렵사리 세운 공동체를 위하여 코린토에서 보낸 편지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데살로니카 편지가 신약성서에서는 제일 처음으로 쓰여진 문서인데, 주어가 바오로입니다. 어린 신앙 공동체를 위하여 그리고 바오로 자신이 사무치는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는 십자가의 그리스도와 부활 신앙에 입각하여 구구절절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2차 선교여행 중에 쓰여진 것인데, 아마도 마르코도 동행했던 1차 선교여행에서도 사도 바오로의 지향과 자세는 동일했을 것입니다. 결국 바오로와 마르코의 차이는 바오로가 선교사로서 그리스도 신앙을 전해주려는 데 비해 마르코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도록 보도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마르코는 바오로와의 1차 선교여행 도중에 돌아와서 생전에 예수님을 만났던 목격자와 증인들을 찾아다니며 취재 작업을 꼼꼼히 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펴낸 마르코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공생활 동안 있었던 사건들이 주로 보도되어 있어서 가르침 내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이 가르침은 훗날 마태오에 의해서 보완되지요. 그래서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마르코 9장의 메시지가 돋보입니다. 



당신을 믿고 따를 이들에 대한 두 가지 당부가 담겨 있습니다.


사건들 위주로 예수님께 대한 보도를 하던 마르코에 의해서 건져진 귀한 메시지가 오늘 복음인 셈인데, 당신을 믿고 따를 이들에 대한 두 가지 당부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선행과 평화에 대한 당부로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서 물 한 잔을 주는 일 같은 선행을 서로 간에 베풀기를 힘써라 하는 것과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금은 죄악이 가득한 세상에 대한 건전한 사회의식으로 알아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죄악을 경계하는 당부로서, 이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남들을 죄짓게 하는 그래서 죄악을 저지르는 죄와 다른 하나는 죄악에 물들어 저질러지는 죄입니다. 여기서 자기 자신이 죄악에 물들어 저지르는 죄도 멀리 해야 하지만, 남들을 죄짓게 하는 죄를 저지르는 이 악인들을 멀리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죄가 저질러지는 악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통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그리고 결과적인 죄는 그 죄를 짓게 만드는 고리, 즉 발이나 눈 같은 신체 부위의 욕망을 끊어버림으로써 멀리 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그리고 원인적인 죄는 그 악을 저지르는 악인들을 무겁기 짝이 없는 연자맷돌을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버리는 편이 더 나을 정도로 제거하고 축출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죄악을 경계하는 일과 선행을 실천하는 일은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신앙인과 공동체의 리듬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일 모두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 싫어하시기 때문에 죄를 짓지도 말아야 하고 죄를 짓게 만드는 악인들을 멀리 해야 하는 것이며, 하느님께서 원하시기 때문에 서로 간에 필요한 선행과 자비를 베풀면서 서로 평화롭게 지내는 공동체를 이루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세상 안에 하느님을 현존시켜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지혜입니다.


▲ ⓒ 문미정


수천 년 동안 형제로 지내던 한 민족을 갈라놓고 서로 미워하게 만들었던 사악한 분단 구도와 냉전 체제가 드디어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강대국들이 좌우해온 지난 백 년의 역사가 이제야 사라져가고 있는 겁니다. 현 대통령은 신한반도 체제를 준비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면서 친일청산으로 나라의 정의를 세우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새로운 백 년에 정의로운 역사를 시작하면서, 친일과 분단의 구조악으로 사람들을 죄짓게 하고 있는 극우 성향의 정당과 언론이 아직도 활개치고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새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한 그 지지자들이 민족을 분열시키는 죄를 저지르고 있어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지만, 교회와 신앙인들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일은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되 서로 간에 선행을 실천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는 일일 것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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