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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 이기우
  • 등록 2019-03-04 14:21:30
  • 수정 2019-03-04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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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간 월요일 - 집회 17,24-29; 마르 10,17-27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찾아온 부자 청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분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여행을 다니시던 중에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젊은이가 달려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는 바람에 일어난 대화입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러 다니실 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질병이나 장애나 마귀들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분께서 그들을 도와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적들이 일어나곤 했는데 그 기적들에 대해 군중은 감탄하며 그분 소문을 더 널리 퍼뜨렸지만 바리사이들은 그럴수록 그분에 대한 트집을 잡고 악소문을 만들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함정을 만들어서 모함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악한 무리들과 달리, 이 청년은 그 악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그분의 선의를 올바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처음 뵈오면서도 ‘선하신 스승님!’이라고 부름으로써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이전까지 예수님을 만나러 온 사람들은 청원을 가지고 왔습니다. 


더구나 그 앞에 무릎까지 꿇고 존경심을 표하는 이들은 다 그랬습니다. 나병 환자가 그랬고, 회당장 야이로가 또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달랐습니다. 도움이 필요해서 어떤 절박한 청원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매우 차원 높은 질문이 있어 온 것이었습니다. 그 질문이란,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언 듯 보기에도 유복하게 자랐고 그 젊은 나이에도 많은 재물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드문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매우 차원 높은 질문을 가지고 왔으되 그리 절박하게 답을 할 처지는 아니었고 조금은 한가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먼저 예수님께서 ‘선하신 스승님!’이라는 호칭으로 대우받은 데 대해,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며 사양하셨습니다. 


대다수 백성이 로마 제국의 억압과 수탈로 가난하게 살던 그 시대에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가난하게 살며 떠돌아다니시던 그분으로서는, 호사를 누리며 유복하게 살던 청년으로부터 과분한 호칭으로 불리는 일은 불편한 일이셨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십계명을 거론하시며 이것부터 지키는 일이 영원한 생명의 출발점임을 상기시키셨습니다. 그 당시에 십계명은 그동안에 조상들이 잘 지키도록 율법 학자들이 계명을 잘 지키기 위한 규정들을 세세하게 첨부하는 바람에, 열 가지로 시작한 계명이 지켜야 할 규정 248가지, 금지해야 할 규정 365가지 등 모두 613가지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율법 규정들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거니와 온전히 지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스승님,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에 비추어 십계명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단 두 가지의 계명으로 간추려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그 청년을 대견하게 보시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이웃 사랑의 정신으로 한 가지가 더 필요함을 상기시키셨습니다. 



그에게 부족했던 것 한 가지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사실은 예언자들도 익히 강조했던 바를 당시 유다교가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영원한 생명은 물론 현세에서도 행복한 삶을 바라는 많은 종교인들과 신앙인들도 잊어버리고 있는 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점이 회개의 초점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초대 교회 시절에는 물론 신앙고백문이 확정되던 고대 교회 시절에까지도, 가난한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던 가톨릭교회의 전통은 너무나 엄중하고 그 기억 또한 생생해서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하느님께로 돌아오려는 가난한 이방인들에게 할례를 면제해야 한다던 사도 바오로조차도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은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일이라고 일깨워주었고, 가난한 이들을 무시하면 그리스도의 교회를 무시하는 일이라고 경고한 바도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베푼 것은 곧 그리스도께 바친 것이라는 가르침은 최후의 심판에서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줄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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