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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현세적 보상은
  • 이기우
  • 등록 2019-03-05 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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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35,1-15; 마르코 10,28-31


오늘 복음은 어제 부자 청년의 이야기에 이어서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계명을 잘 지켜왔다고 자부하던 그 청년이,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나서 당신을 따르라는 예수님 말씀에 크게 실망하여 풀이 죽어서 돌아갔던 것과는 달리,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가진 것을 다 버리고 따른 처지였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대표해서 베드로는 자신만만하게 나서서 그분께 말씀드렸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이러한 장담이 담고 있는 속뜻은 그러니 자신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 영원한 생명에 따른 현세적 보상도 따를 것인지 궁금해서 물어본다는 것이고 대답해 달라는 것이지요. 예의 그 부자 청년이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간 뒤에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기가 더 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그만큼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이 하느님 나라의 현실에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필수적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오기는 했으나, 마음으로는 영원한 생명을 얻고도 싶고 그 보상으로서의 재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제자들은,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 하고 투덜거렸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이르셨습니다. 


하느님께는 가능한, 또 그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도 역시 가능한 영원한 생명의 현세적 보상은 무엇이었을까?


이것이 교회의 경제적 현실이요 이를 누룩이자 겨자씨로 삼아 이룩해야 할 경제 복음화의 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공동 소유와 공동 사용의 경제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공동체의 물적 토대 역시 하느님께서 그 모든 재화의 주인이심을 깨달아서 각자의 개인 소유권이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라는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재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교회의 경제 현실이어야 하고 경제 복음화의 목표입니다.


이 명령이 워낙 엄중하고 중요했기 때문에, 성령을 받은 초대 교회 신자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예수님께서 살아가신 바를 계승할 수 있도록 배우는 한편으로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고, 다른 편으로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습니다.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 안에는 가난한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되었습니다.


재화의 보편 목적 원리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원리


▲ ⓒ 문미정


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배움으로써 예수님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기도하는 일을 하고, 교우들끼리의 관계에서는 빵을 떼어 나누는 성사생활을 통해 친교를 이루고, 경제적으로는 재물의 주인이 하느님이 되실 수 있도록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으로, 특히 더 필요한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권을 개방하는 방향으로 재물을 관리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를 일컬어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재화의 보편 목적 원리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원리라고 합니다. 재화를 하느님의 뜻대로 소유 내지 사용하고 가난한 이들과의 관계를 하느님과의 관계처럼 존중하는 일이 재물을 우상처럼 숭배하지 않고 하느님을 흠숭하는 일이 된다는 원리입니다.


이것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잣대입니다.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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