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반도 평화와 창조질서 보전’을 주제로 2019년 생태환경 심포지엄·제34회 가톨릭에코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남북 화해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공존해야 평화
첫 번째로 발표한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은 DMZ가 생성된 것은 한반도에 있어선 안 될 모순 중 하나라면서, 한반도는 전쟁의 피해국인데 왜 갈라져 아직도 고통을 받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세워진 철책을 “예수님 허리에 찔린 창”이라고 표현했다.
김승호 소장은 DMZ의 생태 현황과 가치를 살피면서, DMZ생태 보존 방법을 모색했다. 강 하구는 범람하고 침식·퇴적이 원활해야 하는데 신도시, 자유로가 만들어지면서 강이 제대로 범람하지 못해서 육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육화는 습지가 딱딱하게 변하는 현상으로, 생태계 변화를 초래한다.
DMZ현장조사를 다니는 김승호 소장은 올 1월 한강하구습지에 재두루미와 개리⑴가 20년 만에 처음 나타났다면서 이 두 종은 이 생태계를 설명할 때 중요한 생물이라고 설명했다. 강 하구가 온전히 살아있어야 식물이 자라고 새도 오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사에 재두루미와 개리가 나타난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도 취재하지 않았다면서, 남북교류협력이 진행되면서 개발을 해야 하다 보니, 언론도 ‘생태’보다는 ‘개발’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남북화해협력이 되면 땅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해서 투자가 많이 된다면서 산을 자르고, 개를 풀어서 고라니를 사냥해 몰래 데려가는 등 현재 벌어지는 상황들을 비판했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사업에 200억이 투자되면서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있는 수내천, 세월천, 원시림이 훼손된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정부의 DMZ평화둘레길 개방 정책을 우려했다. 앞서 본 상황들이 나타날 것이라 예견된다는 것이다.
김승호 소장은 남북의 화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것 자체가 평화”라면서 “어떻게 남북 정치 이데올로기가 하나가 됐다고 평화가 오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DMZ생태 보존을 위해 습지보호지구를 확대 적용하고 남북 공동으로 람사르 습지 등재, 남북 접경지 생물 보전 생태특구 지정 등을 제시했다.
제주 사회도 위협받고 있다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대표 박찬식 충북대 교수는 제주 제2공항과 생태계 문제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제주도에서는 제2공항이 뜨거운 쟁점이라며 2015년에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찬식 교수는 제주 제2공항의 주요 쟁점은 ‘제2공항 입지 평가의 타당성’ ‘공항 확충의 필요성·규모·대안’ ‘절차적 정당성’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피해지역 주민들이 절차적 정당성과 생존권, 입지 평가 타당성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주의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확충의 필요성과 규모, 대안 문제로 이동했다. 이와 더불어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현재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짚었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주민들 삶의 질이 악화되고 관광에 의존했던 자원 혹은 자산 가치마저도 지속되지 못하는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말한다.
1970년대부터 제주도 관광개발이 본격화 됐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제주도 전역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개발주의가 신자유주의와 접목되면서 외자유치 중심의 대규모 관광개발로 전락했고, 곶자왈⑵ 30%가 훼손됐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와 제주 이주 열풍, 저가항공 도입으로 관광객도 폭증했다. 2008년 이후 매년 100만 명 이상씩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쓰레기 증가, 오폐수 처리, 지하수 오염과 고갈 우려 등 환경오염이 문제되고 있다.
이에 박 교수는 “자연 뿐만 아니라 사회 생태계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 지역은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땅값도 상승하고 있다. 농지의 경우, 땅에서 나는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땅값만 오르면 오히려 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담이 돼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같은 땅은 개발업자들에게 넘어가서 난개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농업 기반이 약화되고 제주도의 매력도 없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지적했다. 자연·사회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제주도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제2공항을 건설하게 되면 6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그에 따라 도로, 건물을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주도가 파괴되는 것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검토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가 제시한 장기 수요예측인 연간 이용객 4,560만 명을 현재 있는 제주공항 보조활주로를 이용하면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강우일 주교,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그건 발전이 아니라 파괴”
포럼에 참석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천주교제주교구장)는 제주 강정 문제에 이어 제2공항 문제가 생긴 것을 보고 “‘하느님은 여러 가지 시련을 주시는 구나’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지난 몇 년 동안 제주가 한계상황에 왔다는 것을 느꼈다”며, 더 이상 사람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소비를 진척하면 제주는 망가지는 길만 남았다고 경고했다.
강 주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발전이 아니라 파괴”라면서, 정부가 사고전환을 해야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주위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의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포럼은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민족화해위원회,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⑴ 개리 : 천연기념물 325호.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다.
⑵ 곶자왈 :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며,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