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조규만 주교)와 한국카리타스협회(이사장 조규만 주교)가 8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복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천주교는 “국가의 ‘전체주의적 탈시설 정책’으로 죽어가는 ‘익명의 장애인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한국카리타스협회가 함께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 시범 사업이 실패했는데도 그에 대한 평가와 전국 전수 조사를 거부하고 그 정책의 명칭만 바꾸어 시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탈시설 전수 조사는 전체 약 1,200명 중 주거 확인 가능 대상자 700명 정도였고 그 중에서 213명은 전수 조사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조사 참여자 487명 중 탈시설한 뒤 재가에 있는 사람이 281명이다. 이들 중 136명이 타인에 의해 퇴소 당했으며 이 때문에 2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전수 조사 결과를 숨기며 전국적으로 탈시설 정책을 확대 실시했으며,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설에서 나왔고, 탈시설 뒤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까지 초래하게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 정책 실패에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는 것은 물론 정의에 입각한 정책 평가, 재발 방지, 피해 배상 등에 따른 책임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도까지 사업을 연장하고 사업 명칭만 바꾸어서 법안을 통과시켜 합법적 사업처럼 포장하여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적인 탈시설 정책을 당장 멈추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민간이 함께 전국 전수조사를 하고 결과를 공개할 것 ▲이 결과를 통해 드러난 피해 장애인들에 대한 근본적 보호 방안과 보상 등 종합 대책 세울 것 ▲시범적으로 행했던 실패한 정책에 연루된 부정부패 및 비리의 개인과 단체들은 인권 및 장애인복지 사업에서 영구 퇴출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7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천주교계의 탈시설 왜곡을 규탄했다.
“한국천주교계는 ‘탈시설 정책으로 장애인이 죽어나간다’고 하지만 정작 장애인이 죽어나가는 곳은 탈시설 후 자리잡은 지역사회가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 통계 연보(2023)에 따르면 2022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사망한 장애인은 359명에 달하며 이는 2021년 226명에서 58.8%나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또한, 2021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장애인의 94.1%가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청년 연령대에 속하는 20세 이상 40세 미만 장애인의 사망 비율은 32%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천주교계가 주장하는 ‘시설에서 살 권리’는 권리가 아니다. 이는 권리가 아니라 장애인 차별이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다. 유엔탈시설가이드라인에서도 장애인의 시설 거주는 결코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