荒 / 황 / 거칠다. 묵은 땅. 어둡다
발길이 닿지 않는 황무지는 이젠 거의 없는 듯했다. 육지의 땅은 더 이상 거칠지 않았지만 거친 바다의 파도는 항구 안에서도 길들어지지 않았다. 일렁임의 파도를 붙박이의 땅은 당해내지 못했다. 묵은 땅은 순했고 갓 태어난 파도는 그 묵은 땅을 쉴 새 없이 밀었다. 어둡고 거친 바다는 인간이 걸어 다니길 동의하지 않았다.
그 파도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바람이 일렁거려 바다는 파도를 낳았고
갓 태어난 파도는 낮고 짧은 소리를 내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그 파도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검은 파도가 포개고 포개져 거친 바다를 만드는 동안
검은 돌들은 바다의 발끝에서 구르고
검은 절벽들은 바다의 손끝에서 깎이고
검은 섬들은 바다의 품에서 잠들었다
뜨겁고 거친
그 파도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