劍 / 검 / 칼. 찌르다. 베다
칼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칼자루가 칼등임을 몰랐던 사람을 우리는 실시간 라이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면 움직일 수로 그 칼등이 어리석은 이의 손을 마구 찌르고 있음을 촛불 속에서 우리는 숨죽여 본다. 고타마 스승이 일찍이 말했던 실상(實相)을 모르는 자의 최후는 늘 그러하다. 눈떠라, 그대여.
무위당 장일순선생이 그랬단다
기어가
기어가는 척 하지 말고
진짜로 기어가
이왕 길참이면
어슬렁어슬렁 기지 말고
바짝 엎드려 빡빡 기어가
그쯤 돼야 기는 거라고 할 수 있어
기다보면 말야
모든 게 높아 보이고
자기가 그제야 낮은데 있는 것을 알아
그게 물처럼 사는거야
물은 흐르는 게 아니고
분명 빡빡 기어가는 거야
장일순선생 말을 듣다보니
내가 자네 앞에
어슬렁어슬렁 기었던 것 같아
모쪼록 더 힘을 다해서
물처럼 빡빡 기어볼게
흐르는 물처럼 말야
-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