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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나라는 망하는데 교회는 살려는가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12-31 10: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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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가 밝았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의 시간을 또 선사하셨다. 절망의 땅 한반도에도 태양은 다시 뜬다. 가톨릭프레스 독자들과 그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빈다. 새해에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사람이 사는 것이 하느님께 영광이다’(성 이레네우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어둡다. 백성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의 제일 큰 피해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양떼들의 울음이 하늘까지 닿고 있다. 누가 그 아픔을 들어줄 것인가. 양떼 냄새 가득한 착한 목자 어디 없는가. 


절망 가득한 사회에서 교회는 하느님만 언급하면 그만인가. 세상이 어찌 되든 교회만 살면 되는가. 교회가 어찌 되든 세상을 삿대질하면 되는가. 세상에 훈계할 만큼 교회는 당당하고 떳떳한가. 가난한 교회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되었는가. 그런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는가. 한국천주교회가 잘하고 있는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하느님께 세례성사를 받은 교회는 자본주의에게 견진성사를 받은 것 같다. 돈과 권력을 향한 몸부림은 교회에서 이미 흔하다. 부자와 권력자를 가까이 하는 교회 모습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순교 정신은 사라졌고 성직자 중심주의는 더 강화되고 있다. 구원이기주의에 빠진 평신도들과 세속화에 물든 사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회에 돈은 많아지고 정신은 몽롱해졌다. 이래서는 안 된다. 가난한 백성들이 지금 울고 있다. 하느님이 슬퍼하신다.


교회 재산이 지금보다 백배 천배 늘었다 치자. 그것이 교회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교회의 존재 목적이 재산 축적인가. 그 길은 교회의 길이 아니다. 교회의 길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교회는 죽어도 가난한 사람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교회 본분 아닌가. 교회는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멀어질수록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다.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주교의 첫째 임무로 알았던 시절이 로메로 대주교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회개한 로메로는 곧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교회는 정권에 신경쓰지 말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신경 써라’ 특히, 주교들과 사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사회개혁을 줄기차게 외치던 남미 해방신학자들은 사회의 어두움에 깊이 개입된 교회 역사와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한 예수도 우리의 회개를 요청하였다. 나를 바꾸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나를 바꾸어도 세상은 저토록 완강하지 않은가. 그런데, 교회를 바꾸지 않고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설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은 지금 애타게 희망을 찾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못 보게 만드는 우민화 수법은 나쁜 짓이다. 부자들을 위한 웰빙교회는 악마의 유혹이요 가짜 예언자들의 속임수다. 현실을 정직하게 보고 불의에 저항하는 행동에서 참 희망이 솟아오른다. 저항 없이 희망 없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올해 특히 정치인들은 종교를 회유하려 덤빌 것이다. 종교와 정치의 부도덕한 야합이 우려되는 시기다. 본분을 잃고 경거망동하는 종교인들이 없기를 바란다. 부자와 권력의 특혜를 노리는 종교인이 가장 보기 흉하다. 악마도 예수를 돈과 권력으로 유혹했었다. 


가톨릭프레스의 입장은 분명하다. 가톨릭프레스는 사회개혁과 교회개혁을 동시에 강조하여 왔다. 교회개혁 없이 사회개혁을 말하는 우리에게 세상은 ‘너 자신을 알라’고 따질 것이다. 교회개혁 없이 사회개혁 없다. 사회개혁에서 점수를 따고 교회개혁에서 점수를 잃으려는가. 교회개혁을 소홀히 하면서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교회 일각의 모습을 가톨릭프레스는 염려하고 있다. 


세상과 교회 현실을 정직하게 말하지 않는 주장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 올해에도 가톨릭프레스는 가난한 교회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계속 외칠 것이다.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한 비판과 대안을 조금씩 꾸준히 제시할 것이다. 교회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비판과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독자들과 교회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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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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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12-31 19:28:03

    교회도 이 사회도 모두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한 해가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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