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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 버리고, 문호 더 개방해야”
  • 이상호 편집위원
  • 등록 2015-09-25 15:50:51
  • 수정 2015-10-30 1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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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버리고, 그들에게 더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교황은 시리아 난민사태 등 전쟁과 가난으로 이민을 택한 이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이날 의회연설에서 심각한 불의로부터 태어난 새로운 '글로벌 노예제 형태들'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들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공동선에 봉사하기 위한 정치의 필요성 협동과 연대의 중요성 근본주위의 위험 난민 위기 사형제도 폐기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의 필요성 무기거래라는 악 가정 안팎에서의 가족에 대한 위협 등 오늘날 미국과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언급했다.

 

교황은 자신이 미주대륙의 아들이어서 신세계의 축복을 받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며, 전날 백악관 환영행사에 이어 기후변화와 이민자 문제 등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의 첨예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의견을 밝혔다.

 

교황은 이민자 문제와 관련, “나는 이민자의 아들이고, 여기에 있는 많은 의원들도 마찬가지다국가 건설은 우리가 항상 다른 사람들과 관계해야 함을 인식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호혜적 연대의 감정을 갖고 적대 감정을 버려야 한다'이민자 국가'인 미국이 이민자 문제 해결에 앞장 서 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인용하면서 시리아 난민사태를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기라며 그들을 외면했던 과거의 죄와 실수를 거듭해서는 안 되며, 항상 인도주의적이고 공정하며 형제애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이 대륙에서도 수천 명이 더 좋은 삶과 사랑하는 가족, 더 좋은 기회를 찾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멕시코 등 이민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들의 수에 놀라 물러서지 말고,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등 그들을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신약성서 마태복음 712절의 '남이 네게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에게 하라' 구절을 언급하며, “이는 우리가 대우받고 싶은 것과 같은 열정과 동정으로 다른 사람을 대우하라는 것이라며 이 대륙의 사람들은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이 한때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 행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우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고 미국, 특히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의 행위가 일으킨 환경 악화의 가장 심각한 결과를 막기 위해 용기 있고 책임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미국과 세계의 빈곤을 줄이기 위해 부의 생산과 분배는 분명히 중요하다자연자원의 올바른 사용과 기술의 올바른 적용, 새로운 접근의 기업 정신은 현대적이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경제의 핵심적 요소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어떤 종교도 개인적 망상이나 이념적 극단주의의 형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이는 우리 모두가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면서 종교와 정치의 극단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면서 종교나 이념이나 경제 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종교의 자유, 지적 활동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면 섬세한 균형이 요구된다며 특히 모든 것을 선과 악, 의인과 죄인으로 가르는 흑백논리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세계 최대 무기 거래국인 미국에 대해 왜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개인과 사회에 끼치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에게 팔리는가라며 슬프게도 그 답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돈이다. 피에, 특히 무고한 피에 흠뻑 적셔진 돈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부끄럽고 비난받을 침묵에 맞서 무기 거래 문제를 직면하고 중단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사형제와 관련, “성서의 황금률은 생명의 모든 단계에서 인간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여했다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지구에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끊임없고 단호하게 공동선을 추구함으로써 동료 시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입법 작업은 늘 모든 국민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만약 정치가 인간에 대한 봉사라면, 그것이 경제와 돈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50여 분간의 연설 도중 기립 박수 12차례를 포함해 모두 37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황 뒷자리에 앉아 연설을 지켜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감격의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으며, 교황이 이민자 문제를 언급할 때 공화당 대선 주자이자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음은 교황 연설 중 주요 내용이다.

 

이민자 및 외국인 포용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이 대륙 시민은 이방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도 한때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권리가 항상 존중되지는 않았던 점은 비극적인 일이다. 이들과 유럽 출신 이민자들의 첫 접촉이 격동과 폭력으로 얼룩진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의 기준들로 과거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방인이 우리에게 호소할 때 우리는 과거의 죄들과 오류들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근본주의 유혹 경계

 

어떠한 종교도 개인의 망상이나 이념적 극단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종교적인 것이든 어떤 다른 종류의 것이든 모든 유형의 근본주의에 대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종교나 이념이나 경제 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종교의 자유, 지적 활동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면 섬세한 균형이 요구된다. 모든 것을 선과 악, 의인과 죄인으로 가르는 흑백논리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사형제 폐지

 

취임 초부터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이 길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신성하고 모든 인간은 빼앗을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받았으며,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활하면 사회에 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난민 위기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본 적이 없는 규모의 난민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찾고 더 큰 기회를 찾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수에 놀라서는 안 되며,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얼굴을 보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응답해야 한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오 복음서 712)라는 말씀처럼, 난민들을 인간적이고 공정하게,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

 

환경

 

인간 활동으로 초래된 환경 파괴의 가장 심각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미국 의회의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용기 있는 행동과 전략이 필요할 때다. 배려하는 문화와 함께 빈곤을 퇴치하는 일, 배제된 이들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일, 그리고 동시에 자연을 보호하는 일을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적대국들 사이의 평화 촉구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대화를 재개하면 모두를 위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이 같은 행동에 필요했고 또 지금도 필요한 것이 용기와 과감함이며, 이는 무책임함과는 다른 것이다.

 

대화 중단이 매우 정당한 이유로 이뤄진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정치 지도자는 모든 이들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개방과 실용의 정신으로 기회를 잡는 사람이다. 좋은 정치 지도자는 언제나 공간을 소유하기보다 평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택한다.

 

무기 거래

 

왜 개인들과 사회에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기려는 이들에게 살상 무기가 판매되고 있는지 우리에게 물어야 한다슬프게도 답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단순히 돈 때문이다.

 

무기 판매로 얻은 돈은 피에 적셔진 돈이며, 그 피는 무고한 이들의 것인 경우도 많다문제를 직시하고 무기 거래를 중단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가족·아동 문제

 

가족이 안팎으로부터 심하게 위협받고 있어 결혼과 가족의 토대 자체를 비롯해 근본 관계들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족생활의 중요성과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족 중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많은 어린이의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가득하지만, 다른 많은 어린이는 폭력과 학대와 절망의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이들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다. 우리는 이를 회피할 수 없다.

 

 

이후 교황은 이날 저녁 두 번째 방문 도시인 뉴욕에 도착, 맨해튼의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저녁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뉴욕 공항에서 환영 나온 초등학생으로부터 교황을 소재로 한 '버블헤드' 인형을 선물 받고는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어 맨해튼의 간선도로인 5번가를 따라 성 패트릭 대성당까지 퍼레이드를 하며 뉴요커들과 대면했다.

 

교황은 오후 72,500명의 성직자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성지 순례에서 700여 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무슬림에게 연대를 표시했다.

 

교황은 미사 기도를 시작하면서 메카에서 발생한 비극을 마주하며 교회가 무슬림들과 가까이 있음을 나타내고 싶다이 기도의 시간,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함께 나는 여러분 모두와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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