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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건져달라’는 꿈을 꾸는 가족도 있어요” - KAL858기 가족회 이난용 씨 인터뷰 - KAL858기 동체와 유해 수색 위한 국민모금운동 시작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3-27 14:44:38
  • 수정 2019-03-27 15: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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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KAL858기 가족회)


KAL858기 실종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32년간 실종자와 동체 재수색을 요구해온 KAL858기 가족회는 미얀마 현지에서 자체 조사를 벌일 것이며, 이를 위해 국민모금운동을 전개한다고 발표했다.


KAL858기 사건은 1987년 11월 28일 밤(한국 시각 29일 새벽) 승객 95명, 승무원 20명 등 총 115명을 태운 바그다드발 서울행 KAL858기가 인도 안다만 해역에서 사라진 사건이다. 이후 대한항공과 정부 측에서는 KAL858기가 북한에 의해 폭탄테러를 당해 추락했다고 발표하며, 정부는 테러범으로 김현희를 지목했다. 


하지만 모든 조사는 김현희의 진술만으로 이뤄졌고, 기체를 폭발시켰다는 폭발물과 김현희의 신원에 대한 일관성과 신빙성에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기체가 미얀마(버마) 상공에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체나 유해 등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으며 국토부를 비롯한 당시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사건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전두환 정권이 사건을 이용해 노태우에게 유리하게끔 선거를 유도한 일명 ‘무지개 공작’이 시작된 날짜가 사건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사 이전부터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실종자 가족들은 KAL858기가족회를 조직하여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상규명의 기초가 되는 기체 잔해와 실종자 수색을 요구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과거사 진상규명위’가 구성되어 KAL858기 사건을 재조사했으나, 당시에도 김현희의 진술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KAL858기 사건으로 남편 정종태 씨를 잃은 KAL858기 가족회 이난용 씨를 만나 32년간 실종자 가족들이 느꼈던 고통과 재수색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KAL858기 사건, 32년 동안 밝혀진 게 없다 


▲ KAL858기 가족회 이난용 씨 ⓒ 강재선


KAL858기에 가족 중 누가 타고 계셨고, 어떻게 사건 소식을 처음 들으셨나요? 


- 남편이요. 현대건설 철골 근로자였죠. 애들 아빠는 1년 계약하고 갔는데, 간지 6개월 만에 돌아오는 거였어요. (예정된 귀국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왔는지 모르겠어요.


회사에서 남편이 도착한다는 전보가 와서 시간 맞춰서 공항에 나갔죠. 그런데 시간이 돼도 안 나와요. 사람들이 웅성웅성해서 보니까 실종됐다는 소리가 들리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기둥에 붙어있는 종이를 보니 애기 아빠 이름이 있더라구요. 그게 탑승자 명단이었어요. 다른 곳으로 가보니까 가족들이 (쓰러져서) 실려나기기도 하고 아수라장이 됐어요. 우리는 애기 아빠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사건 소식을 알게 됐죠. 


처음에는 비행기가 실종됐다고만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호텔에서는 (정부 관계자가) 추락한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32년 동안 동체나 유품, 유해도 전부 찾아주질 않잖아요. 찾아주겠다고 약속했고 기록으로도 다 있어요.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혀 해준 게 없어요. 약속은 아직까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당시 현대건설 측에서도 아무 것도 한 게 없어요. 지금으로 따지면 애들 아빠가 일용직, 계약직이었으니까 예우해준 것도 없어요.



32년간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 정부 기관에 찾아가면 우리 사건을 적극적으로 대해주는 게 없었어요. 어느 정도 깊이 들어가면, 한 마디로 손을 떼는 식이었어요. 우리가 그전에 변호사도 선임했는데 변호사 분들도 깊이는 못 들어갔어요.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에는 공권력의 횡포가 심했잖아요. 가족회 회의를 할 때도 안기부 직원이 따라다녔어요. 그렇게 KAL858기 가족들이 처음부터 가족회를 구성해서 32년 동안 이끌어 온 거에요. 그런데도 하나도 밝혀진 게 없어요. 블랙박스만 찾았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그것도 못 찾았으니까요.


다행히 신성국 신부님이 17년 동안 (이 일을) 맡아서 하고 계세요. 올해는 꼭 동체를 수색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요. 3억이 든대요. 그래서 1인 1계좌 만원씩 국민모금을 하고 있는데 힘들죠. 생각할 때는 다들 만원씩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운거죠.


페이스북에 모금운동 글이 올라온 지 며칠 안 됐어요. 저도 페이스북을 잘 할 줄 몰라요. 그래서 ‘32년 지난 사건을 가지고 왜 그러냐’는 댓글에 ‘가족들 심정을 아느냐’고 반박하고 싶은데 못 했어요.


근로자 가족들은 다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가족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부터도 일을 하고 있고, 제 주변도 아직 일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런 기금도 많이 낼 수가 없죠. 


제일 안타까운 건 실종자들이 차디찬 물속에 있는 거예요. 빨리 건져서 육지에, 우리나라 고국 땅에 묻어주고 싶어요. 우리는 묘소도 해놨어요. 그곳에 묻어주고 싶어요. 가족들이 다 그런 마음이죠. 어떤 가족은 자꾸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 ‘나 좀 건져달라’는 꿈을 꾼대요. 



진상규명과 관련해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 (사진제공=KAL858기 가족회)


- 국무총리실 같은 곳에서는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그런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아무런 도움을 안 주셨어요. 김현미 장관을 몇 번 찾아가고 호소문도 내고 기자회견도 했는데 답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한이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임기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장관 후보자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수색을 신속히 해야한다”고 그러셨어요. 우리는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해주시리라 믿고 있어요.


115명도 대한민국 국민이었습니다. 다 돈 없고, 힘없는 근로자들이었어요. 우리나라 국민이 남의 나라 바다 속에 수장되어 있는데 그걸 안 건져오는 게 말이 됩니까? 


KAL858기 사고 지역 수심이 35미터인데 깊은 수심이 아니에요.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곳 수심은 3,400미터에요. 우리는 외국에서 최첨단 장비를 안 가져와도 얼마든지 건질 수 있었죠. 그 때 수색을 했으면 생존해있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가족들이 더 억울하고 분한거죠.


최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대한항공 858기 동체와 희생자 115명의 유해를 찾아야 한다는 정동영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며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수색을 신속히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6월 미얀마 해역 수색 예정…국민들 도움 절실 


미얀마 해역에서 동체 수색과 유해 조사를 위해 국민 모금을 시작하셨는데요. 구체적인 수색 일정이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 6월에 수색을 시작한다고 알고 있어요. 전문가들 만나서 다 준비해놨어요. 가족들과 민간 전문가들도 같이 갈 예정이에요. 그렇게 해야죠.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수색한다면서 엉뚱한 곳만 뒤졌으니까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나온 것처럼 기체 잔해가 그물에 걸려서 건져질 정도면 수심이 35미터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잔해는 그 곳에 박혀 있지 떠내려가지 않는대요. 겉이 부패되지도 않는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우리 사건을 나 몰라라 하는지… 아쉬워요. 


▲ 1996년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발견된 기체 잔해. 해안가에 방치돼 녹이 슨 상태다. ⓒ 문미정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KAL858기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미얀마를 찾아 KAL858기 이륙 시 사용하는 랜딩 기어로 추정되는 기체 잔해를 발견한 바 있다. 해당 방송을 통해 미얀마 해역 근방에서 기체를 수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현 정부가 가족회의 수색 일정과 내용에 대해 자문하거나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있나요?


-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국가 기관이 도움을 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께서는 이 사건을 확실히 (재수색) 해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대통령한테까지 아직 이야기가 안 올라갔나봐요. 어떤 할머니가 ‘저렇게 묵은 사건들도 해결하는데 우리 사건은 얘기 안 하느냐’고 하니 다른 할머니가 ‘대통령이 아직 못 들었나보다’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문 대통령님이 우리 사건을 나 몰라라 하실 것 같지는 않거든요.


몇 십 년 된 사건, 6.25 전쟁 유해도 발굴하잖아요. 미국을 봐요. 자기 군인들을 아주 정중하게 모셔가잖아요.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왜 이러나 싶어요. 115명의 우리나라 국민이 미얀마 남의 나라 바다에 수장되어 있는데 왜 못 건져오나 싶은 거죠. 


미얀마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자기 나라 백성, 비행기를 왜 저렇게 안 찾아가나’ 하겠죠. 대한항공도 그렇죠. 자기네 비행긴데 왜 안 찾아옵니까.



국민모금 동참과 더불어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힘없는 백성들이었고, 너무 약자들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해결도 안 되고 바다 속에 있습니다. 우린 도와달란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지금은 기금 마련이 우선입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구든지 한번만 입장을 바꿔보면 다 이해하고 공감이 가는 사건이잖아요. 우리가 돈이 있었다면 3억으로 수색하고 찾아오죠. 그런데 다들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파출부도 하고, 식당일도 하고, 간병인도 하는 상황이에요.


또 그 당시에 실종자 어머니였던 사람들은 연세가 많으세요. 다 90이 넘으셨어요. 그분들은 당신들 생전에 빨리 수색을 해서 고국으로 유해를 가져오고 싶어 하세요. 그분들 생전에 한을 풀어드렸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내내 이난용 씨는 당시 KAL858기에 탔던 사람들이 대부분 힘없는 노동자였고, 자신은 그저 잃어버린 자신의 남편 유해를 찾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강조했다. 


국민모금 관련 소식은 KAL858기 가족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모금 후원계좌번호는 352-0818-1681-23(농협은행, 신성국) 또는 182-910728-76807(하나은행, 박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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