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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들 기자회견
  • 문미정
  • 등록 2020-10-14 20:19:07
  • 수정 2020-10-14 20: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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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에 대한 교회의 입장에 과연 여성신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어있을까요”


지난 7일, 정부가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개정안은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고 15~24주 이내에는 특정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늘(14일)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다. 지난 2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천주교 신자 지지 선언에는 총 1,015명이 참여했다.


지지 선언에 참여한 신자들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적극 지지하며, 교회 안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천주교는 여성 신자들의 경험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낙태죄 폐지에 천주교 신자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 문미정


임신중단이 교리상 죄라 하더라도, 그 죄는 가톨릭 공동체 안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로서 정부의 형법 및 공권력에 의한 제한의 영역과는 달리 취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임신중단이 생명권의 침해라면, 그 생명권은 단순히 태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산모와의 관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사고되고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 라파엘


이날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의 천주교 신자 활동가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며 종교계에 신자들의 의견을 밝혔다.


글라라 씨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교회의 입장에 과연 여성신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어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교회 안에서, 나아가 세상 속에서 여성을 지우지 말라. 가톨릭이 수호해야 할 소중한 생명에는 당연히 여성들의 삶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요안나 씨는 “여성의 행복권, 자기결정권의 요구에 대해 남성들로만 구성된 주교님들께서 섣부르게 예단하시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만들려면 장애인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와 특성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 및 출산, 낙태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을 하는 것은 임신과 임신중지, 출산과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 당사자인 여성”이라며 “지난 시간동안 단 한번도 천주교 측에서 여성이 임신과 낙태, 출산과 양육 등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특정 종교의 교리와 가치나 주장이 국가의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타 종교 및 종교인, 무종교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짚었다. 


▲ ⓒ 문미정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 신자들에게 볼펜을 손에 쥐어 주다시피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을 권하는데 그중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이미 얼마나 여러 번 중절을 경험했는지, 그 신자들 마음이 어떨지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참담했습니다. - 라따


크리스티나 씨는 “성당에서 오랜 기간 봉사자로 일하면서 낙태를 경험한 수많은 50~70대 여성을 만나왔다”며 “단순히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음에도, 혹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음에도 20년, 50년 전 낙태 경험으로 평생 죄책감을 갖고, 같은 ‘죄’로 끊임없이 고해성사를 보는, 고통받는 여성들을 보며 이런 단죄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왜 이 단죄는 여성들만을 향하는 것인가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우리를 단죄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을 알려주려 오신 것임을 기억한다”며 “우리 교회 내에 함께 하고 있는 존재들, 자매들을 단죄가 아닌 사랑으로 보듬을 때”라고 말했다. 


보나 씨는 “종교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고 그래야만 한다. 그런 변화가 있어야 도태되지 않고 존속하며 신자들과 진정으로 동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청와대, 국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에 지지선언문과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 ⓒ 문미정


한편,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천주교 신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펼치며, “낙태는 살인이다” “더이상 죄짓지 말아라” “태아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 “천주교 신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가짜 신자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말을 외치기도 했다. 


지난 8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낙태죄 완전 폐지 입법 추진을 강력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여성의 행복과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 없다”며 “태아와 산모는 엄연히 서로 다른 존재이며, 태아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의 행복과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면, 그것은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과 약자 보호의 국가 책무를 저버리고, 나아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소년기에 태아의 발모양을 본 뜬 낙태 반대 뱃지를 성당으로부터 받은 뒤에 한동안 그것이 절대 선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 세상이 얼마나 여성들에게 가혹한지 피부로 느끼면서 낙태죄 역시 얼마나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법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인류 전체에게 요구되어야 할 사항이지 여성 개인에게 전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플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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