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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신앙교리성 대대적 개편 시작되나 지난해 내부감사 실시한 부처…차관에 이례적 인사단행 교황, “잠든 우리를 깨우지 않는 신앙은 깨어나야 할 신앙이다” 2022-01-25
끌로셰 edit@catholicpress.kr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이 이례적인 인사를 통해 차관직에서 물러나면서 신앙교리성도 대규모 재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지난 10일 신앙교리성 차관 자코모 모란디(Giacomo Morandi) 대주교가 차관직을 사임하고 레지오 에밀리아-과스탈라 교구장에 부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가 재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신앙교리성이 지난해 경신성사성, 성직자성, 인간발전부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부감사를 실시한 교황청 부처라는 사실이다. 

 

최근 비슷한 변화를 겪은 인간발전부는 피터 턱슨 추기경이 5년 임기를 마쳤으나 임기 연장도 이뤄지지 않았고, 후임 인선도 이뤄지지 않은 채 임시 장관·차관만 임명된 상태다. 이러한 인사 개편에는 감사 당시 부처 내부의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모란디 대주교 역시 2015년 차관보로 신앙교리성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여, 2017년 신앙교리성 차관으로 임명됐고 올해로 임기 5년을 채웠다. 신앙교리성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성직자가 갑자기 교구로 돌아가는 것이 이례적인 만큼 그 이유가 주목을 받았으나 교황청은 이번 인사에 관해 별도의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현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Luis Ladaria) 추기경 역시 올해 78세로, 통상 75세에 은퇴하는 나이를 이미 넘어선 만큼 조만간 신임 장관이 임명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모란디 대주교가 신앙교리성에서 근무한지 10년도 채 되지 못해 교구로 돌아가게 된 두 번째 계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용적 사목과 크게 부딪힌 여러 사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다수의 가톨릭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성소수자 부부는 강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던 신앙교리성 문건 작성에 상당 부분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관해 문건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이론에 따른 비난이 아닌 사랑의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율법주의적 태도를 내세운 탓에 “(그리스도교라는) 땅이 불모지가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당시 외신에서도 신앙교리성 문건을 에둘러 비판하는 의미로 해석된 바 있다.


영국 가톨릭 매체 < The Tablet >은 모란디 대주교가 해당 문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 인사에 관해 “이제 변화의 바람이 신앙교리성에도 불고 있다”며 “해당 부처는 너무도 오랫동안 성소수자 문제에 관해 가혹한 판결을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AP >도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모란디 대주교의 이번 인사를 ‘좌천’이라고 표현했다. 대주교임에도 불구하고 대교구가 아닌 일반 교구의 교구장으로 임명한 사실을 두고 교황청은 모란디 대주교의 대주교직이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란디 추기경은 이뿐만 아니라 최근 가톨릭교회의 전례가 이념화되는 일을 막고자 트리엔트 미사 봉헌을 제한하는 조치가 담긴 자의교서를 발표하는 일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 인사조치,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행보 연장선

 

이러한 신앙교리성 인사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행보는 무관하지 않다. 지난 12월 말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미 지역 가톨릭교회 내 성소수자들의 포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 < 뉴웨이즈미니스트리 >(New Ways Ministry) 공동설립자 제닌 그래믹(Jeannine Gramick) 수녀의 성소수자 사목 활동 50주년을 축하하는 편지를 직접 작성해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래믹 수녀에게 “50년 동안 사목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당신은 50년을 ‘하느님의 방식’대로 사목해왔으며 이는 50년간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온유하게 대했다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특히 교황은 성소수자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그래믹 수녀를 향해 “당신은 ‘가까이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공감을 통해 사람들과 가까이 지냈으며,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매와 어머니와 같은 ‘온유’로 대했다”고 말했다.

 

그래믹 수녀에 대한 이러한 격려는 의미가 크다. 그래믹 수녀는 해당 단체를 함께 설립한 로버트 뉴젠트(Robert Nugent) 신부와 함께 1999년 5월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이었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으로부터 성소수자 사목을 공식적으로 금지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믹 수녀가 성소수자 사목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교황청과 순탄치 못한 관계를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 격려가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6월에도 ‘뉴웨이즈미니스트리’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여러분이 사람들과 함께 해주는 것에 감사하다”며 성소수자를 교회 안에 포용하려는 활동을 격려하고 그래믹 수녀를 들어 “기도 가운데 결정을 내리는 용맹한 여성”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신앙교리성에, “잠든 우리를 깨우지 않는 신앙은 깨어나야 할 신앙이다” 재차 강조 


교황은 신앙교리성의 태도가 경직된 자세로 ‘이것이 신앙’이라고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시대의 징표를 통해 신앙을 전파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신앙교리성 정기총회 참석자들을 향한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분의 부처는 신앙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신앙을 증진해야 한다”며 “신앙은 모든 세례 받은 이들의 삶과 행동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이 때 신앙은 일률적 신앙, 모호한 신앙이 아니라 진정한 신앙, 직접적인 신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에 관해 교황은 지난 2017년 12월 연설을 회고하며 이를 되새길 것을 신앙교리성에 주문했다.

 

“우리를 위기에 처하지 않게 하는 신앙은 위기에 빠진 신앙이다. 우리를 성장하게 해주지 않는 신앙은 그 자체로 성장해야 할 믿음이다. 질문하지 않는 신앙은 질문을 받아야 할 신앙이다. 잠든 우리를 깨우지 않는 신앙은 깨어나야 할 신앙이다. 우리를 뒤흔들지 않는 신앙은 뒤흔들려야 할 신앙이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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